티스토리 뷰
<인간은 기계보다 특별할까?>는 포스트휴먼 시대가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 중 가장 핵심적인 9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한다. 불확실하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대가 될 것임은 분명한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책은 2020년 인문브릿지연구소에 의해 발행되었으며, 이 글은 책의 1~3장의 내용을 읽은 감상이다.
인간은 기계보다 특별할까?
1. 죽음의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
이 시대 과학기술이 발달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전공학, 나노공학, 로봇공학 등이 발전하면서 다가올 미래는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세상이 되리라 추측하게 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미래에는 인간에게서 죽음을 제거한다면 인간이 불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큰 기대를 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 죽음을 떼어놓는다든가 죽음을 제거한다는 표현들은 죽음을 완전히 인정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여겨진다. 물론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싶은 사람은 없다. 내가 애써 일궈온 것이 내가 죽음으로써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삶의 끝이 있어서 살아있는 순간이 더욱 소중해진다.
다음 세상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아이도 부모의 목적에 맞게 유전자 변형을 하고 골라서 낳을 수 있는 시대가 되어 과학기술이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인간의 의식을 로봇에게 업로드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유전자도 변형시키면서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이러한 시도들 자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제거한다거나 차단한다는 발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생명 탄생의 근원이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는 것처럼 죽음 역시 우리가 모르는 것이 더욱 많다. 불멸을 위해 인간은 한계를 뛰어넘으려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지금껏 죽음에서 벗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죽음에서 벗어나게 될 만큼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건 우리 세대에는 해당하지 않을 듯하다. 상상의 속도는 실현보다 빠르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앤드류는 기계-인간이기에 죽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혼자 남겨질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무척 마음 아프고 견디기 힘들다. “무한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로 그에게 미래는 없다. 자신을 둘러싼 모두가 죽을 운명인데 그 자신은 계속 살아야 한다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의미를 상실한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말한 죽음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죽음이 있으므로 지금의 삶, 한 번뿐인 이 삶이 무척 소중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삶에서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할 수 있고, 내가 그들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한 그것은 의미 있는 것이다. 육체가 내 옆에 있어야 진짜 사랑이고, 죽어서 떠났다고 해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마틴, 아만다, 그리고 포샤는 죽을 수밖에 없었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앤드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떠나는 그들도 가슴 아프고 힘들었을 것이다. 앤드류는 인간을 사랑하고, 혼자 남겨지는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차라리 죽기를 바랄 만큼 기계에서 벗어났지만, 물질인 육체가 없다고 하여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을 부정하고 끝나는 관계는 의미 없다고 말하는 점에서 아직 진정한 인간에 미치지는 못했다고 본다.
2. 인간과 기계의 공존
인간은 기계보다 특별했다. 기계는 관리자를 통한 학습과 통제가 필요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도구를 만들고 기계도 발명했다. 물론 기계 없이는 지금의 물질문명도 발전하지 못했으리라는 점은 사실이다. 산업혁명 시대를 거치면서 기계와 인간의 연관성은 더욱 밀접해졌고, 이제 기계와 인간은 서로 없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기계를 통해 인간은 발전해 왔고, 향상된 기술을 통해 기계 역시 진화해 왔다. 하지만, 인간만이 특별하고 유일하다는 자만에 빠진다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한 로봇, 사이보그, 기계-인간 등 그 명칭이 무엇이든 간에 인공지능을 창조하면서, 사고능력과 감정까지 갖춘 인조인간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는 이제 함께 진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과 기계가 공존할 앞으로의 세계는 어떨까?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다고 하면, 대부분 일자리 걱정을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니, 실업자가 발생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동시에 인공지능으로 인해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들도 있을 것이니,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정보를 얻고 공부하는 습관이 필요해질지도 모른다.
이 책(74~75p)에서 언급된 '2050년까지 인공지능이 미래에 가져올 10가지 주요 변화'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대역 로봇으로 영생의 꿈에 도전한다: 인공지능 챗봇은 인간의 사망 후에도 죽은 자처럼 이야기하고 가족을 위로할 것이다.’ 이것을 보니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라는 프로그램인데, 이것은 가상현실(VR) 속에서 죽은 이와 가족이 만나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나누는 휴먼 다큐멘터리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가상이란 걸 알면서도 직접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면서 아픈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고 그리움을 달래준다는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리 인공지능에 얼굴을 만들어 넣는다 한들 분명 대역 로봇일 뿐인데, 어떻게 그것이 사랑했던 사람을 대신할 수 있고, 또 죽은 자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3. 기술과 자연의 연결고리
인간은 자연을 개척하고 정복의 대상으로 보며 문명을 발달시켜 왔다. 이익과 편의를 추구하는 태도는 자본주의 사회가 발달하면서 팽배해졌고, 인간이 자연보다 우월하여 자연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사고도 극대화되었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세계관은 결국 삶의 불평등을 가져오고 인간을 자연 앞에서 무기력하게 만든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며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미래 인간은 기술과 자연 사이에서 중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과 기계 사이에 있다고 생각하는 대립 또는 갈등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염두에 둔 인간의 두려움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불확실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일 수도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자연스럽게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현대철학자 질베르 시몽동이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기계들을 서로서로 연결해 주는 살아있는 통역자’가 될 것이다. 기계문명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모색하는 것은 인간과 자연이 새롭게 공존하는 길로 이끌 수 있다.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은 기계보다 특별할까? 3 (0) | 2024.08.10 |
---|---|
인간은 기계보다 특별할까? 2 (2) | 2024.08.03 |
나의 수치심에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 (3) | 2024.07.20 |
나의 수치심에게- 주변에 둘 사람 선별하는 법 (0) | 2024.07.13 |
나의 수치심에게- 나의 수치심에 다가가는 법 (0) | 2024.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