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 리뷰

감정을 읽는 시간- 신뢰

서린세이지 2024. 11. 30. 11:40
반응형

 

 

「감정을 읽는 시간」의 10장에서는 호르몬이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데 얼마나 지대한 작용을 하는지를 밝힌다. 호르몬 하나에 따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에 큰 차이가 발생하고, 감정과 호르몬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소개한다. 

 

CHAPTER 10. 신뢰: 섬과 섬을 잇는 감정의 다리

내 말이라면 일단 의심하고 보는 너에게

신뢰의 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학적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옥시토신같은 호르몬이다. 옥시토신이 친밀한 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대초원 들쥐는 친척인 산악쥐와 달리 평생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 한번 사랑의 밤을 보낸 짝에게는 평생 정조를 지킨다. 결정적인 원인은 이들의 두뇌에서 발견되는 과도한 수의 옥시토신 수용기다. 산악 들쥐는 그렇지 않다.

사람의 경우도 옥시토신이 특별한 역할을 한다. 여성의 부신피질은 젖먹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거나 수유를 생각하기만 해도 옥시토신을 분비한다. 또, 남녀가 오르가슴을 느낄 때에도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사랑을 키운다. 심지어 부드럽게 만지기만 해도 이 호르몬의 분비량이 치솟을 수 있어 흔히 이것을 사랑의 호르몬이라 부른다. 

 

오래전부터 학자들은 옥시토신이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 왔다. 그래서 그 의문의 해답을 찾을만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을 투자자와 수탁자로 구분하고, 투자자를 다시 두 집단으로 나눈다. 절반은 코에 옥시토신을 뿌렸고, 나머지 절반은 플라시보 약품을 뿌렸다. 결과는 무시무시했다. 옥시토신을 맡은 참가자들은 수탁자에 대한 불신이 없었고, 돈을 투자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플라시보 집단의 경우 그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학자 토마스 바움가르트너는 "옥시토신이 전달한 긍정적인 직감은 정상적인 편도핵의 활성화를 뒤덮는다." 옥시토신을 신뢰의 호르몬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하지만, 옥시토신이 무조건 신뢰를 키우는 것은 아니다. 대기 중 옥시토신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2분이라는 시간이 걸리므로, 공기를 통해 옥시토신이 뇌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학자들은 호르몬과 신뢰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위험한 실험들을 진행했다. 감정과 호르몬의 관계에 대한 이러한 지식은 사회 공포증이 심한 사람들의 치료법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를 믿어야 남을 믿을 수 있다

신뢰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신뢰는 미리 하는 것이다. 온라인 거래상이 외국에 있어서 내가 그를 고소할 수 없다 해도 미리 대금을 지급한 물건을 나에게 부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신뢰가 쌓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신뢰가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신뢰가 무너진 일은 특히 기억에 강하게 남게 되고, 종종 격렬한 복수심을 낳는다. 상호신뢰가 바람직한 인간관계의 필수조건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뢰는 순수한 이타적인 관계보다는 보상의 기대감과 더 관련이 크다. 두 사람의 두뇌가 어떻게 상호 신뢰하는지를 자세히 추적한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미국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각각 실험 참가자들을 핵스핀단층촬영기 속으로 밀어 넣는다. 두 사람은 평생 본 적도 말을 해본 적도 없다. 투자자역할을 하는 한쪽이 20달러를 받아서 원하는 만큼의 액수를 수탁자인 상대방에게 건넨다. 그럼 그 돈을 학자들이 3배로 불려주고 수탁자는 그중 얼마를 투자자에게 돌려줄 것인지 결정한다. 

처음에는 예상대로 수탁자의 거래방식에 따라 상호 신뢰의 크기도 달라졌다. 그가 서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거래를 이끌어가는 경우 투자자는 다음번 투자에서 금액을 올렸다. 그런데, 핵스핀단층촬영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상대방을 향한 신뢰의 신호가 게임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빨리 나타났다. 처음에는 상대가 투자 결정을 내리고 난 후에야 신호가 나타났지만, 나중에는 투자 결정을 내리기 14초 전부터 신호가 등장하였다. 그러니까, 일단 신뢰가 형성되면 두뇌는 그 신호에 어울리는 상대의 행동을 기대하게 된다. 

 

이렇듯 신뢰는 보상과 관련이 깊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상한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기대감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네가 나한테 하는대로 나도 너한테 할 거야." 제도권과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주었던 신뢰만큼 보상받지 못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신뢰는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 아주 중요하다. 민주주의에서는 타협이 필요한데, 타협을 하자면 모두가 약속을 지킨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제도권에 대한 신뢰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여기에는 상반되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제도권에 대한 신뢰는 무엇보다 통용되는 문화적 규범에 달려 있어 제도권 자체와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어떤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 사회 전체가 타락했다고 생각한다면 행정기관이 아무리 노력해도 제도권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제도권이 얼마나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가에 제도권에 대한 신뢰가 달려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제도권의 행동이 중요하다. 새 정부가 경제 성장, 부패 척결, 그리고 시민들의 권익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몇 년 안에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신뢰는 사회적인 영향을 받는 변덕스러운 감정이기도 하다. 1950년대 한 여론조사기관이 사회적인 신뢰의 분위기를 물었을 때 설문 대상의 89%가 다른 사람들을 불신한다고 답했다. 전쟁 직후의 암울한 현실이 반영된 당연한 결과였다. 정치 시스템이 안정화된 오늘날, 불신의 비율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정치인에 대한 신뢰는 정반대의 양상을 띤다. 1970년대만 해도 정치인을 신뢰한다는 비율은 60%에 달했지만, 지금 그 수치는 20% 이하로 떨어졌다. 

 

 

 

 

반응형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정을 읽는 시간- 분노  (2) 2024.12.21
감정을 읽는 시간- 슬픔  (3) 2024.10.26
감정을 읽는 시간- 복수심  (3) 2024.10.19
감정을 읽는 시간- 시기심  (9) 2024.10.12
감정을 읽는 시간- 사랑  (1) 2024.10.05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