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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읽는 시간」의 8장에서는 복수심에 대해 알아본다. 복수심은 문화와 사회적 환경에 의해 큰 영향을 받으며, 용서는 깊은 신앙심이나 개인적인 성찰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사적 제재 차원의 복수는 현대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이며, 복수심은 법 제도만 아니라 문화적·경제적·사회적인 조건에 의해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 복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복수하는 사람이 복수의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었는가이다. 이 장의 마지막에서는 복수를 했을 때 사람들이 속으로 기쁨을 느끼고 좋아하는 고소함이라는 감정을 언급한다.
CHAPTER 8. 복수심: 누구도 나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
복수할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예기치 못한 일로 사랑하는 가족이 죽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가해자를 용서하고, 누군가는 복수를 한다. 이 두 가지 반응 모두 인간이 타고나는 기본 행동이다. 복수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자기 말고는 아무도 정의를 실현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복수심은 모든 것을 뒤덮어버리기에 몇 년간, 심할 경우는 평생 동안 삶의 모든 에너지가 복수심으로 향하게 된다. 복수심은 은밀히 차오르다가 결국 그 사람을 완전히 집어삼킨다. 그래서 가족을 범죄로 잃고 분노하는 사람들의 강박적인 복수에 대한 욕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복수심은 중대 범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복수심에 굴복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사람들은 다른 감정을 느낀다. 그 이유가 뭘까? 그 조건은 개인적인 특성과 사화 환경의 혼합체인 것 같다. 용서할 줄 아는 능력은 무엇보다 인간관계가 좋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 깊은 신앙심이나 영성과 결합된 용서가 가능할 수 있다.
복수는 몰래 하지 않는다
복수심은 과거 미개한 시대의 그림자가 아니라 계속 우리 인류 안에 살아있다. 복수를 하다가 생명을 잃을 수 있고 벌을 받을 위험도 있지만, 실제로 복수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폭력 행위의 희생자가 될 확률이 낮다. 공격을 하다가 자신도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계산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므로 복수심의 유용성은 대부분 복수의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보내는 신호에 있다. "두 번 다시 그러지 마!" "나 건드리면 무사하지 못해!" 이런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복수심은 존중받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래서 복수를 하는 사람은 복수하려는 상대방이 이유 없이 고통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신이 의도적으로 복수를 행했다는 사실을 상대도 알아야 한다.
사적 제재 차원의 복수가 법 바깥에 있으며 규제되지 않고 충동적인 반응이라는 생각은 매우 현대적인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복수심은 부당한 행동을 통해 불평등이 발생했고 개인이나 집단의 자구책을 통해서만 다시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복수심은 법제도의 영향만 받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사회적 조건 역시 복수심에 지대한 영향을 행사한다. 경제학자 나시 모칸은 66개국 11만 6천여 명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복수심의 지도를 작성했다. 그에 따르면, 나이가 많은 사람, 가난한 사람,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평균적으로 복수심이 높았다. 또한, 어느 나라건 직접 절도를 당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복수심이 높았다. 사법 시스템이 허술한 나라에서 복수의 욕망이 특히 높았다. 자신 말고는 어떤 누구도 정의를 구현해 줄 것이라고 믿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너를 무너뜨리는 건 초콜릿보다 달콤해
복수심이 문화와 사회 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도 연구 결과로 확인되었다. 중국과 태국의 구매자들은 원칙적으로 호주의 구매자들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 전자의 경우, 특정 상품이나 회사와 관련하여 좋지 않은 경험을 하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오랜 시간 그 회사 제품을 사지 않는다. 하지만 호주 사람들은 더 직접적으로 화를 돋운 사람을 말로, 혹은 몸으로 공격했다. 그러니까 복수심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집단 중심의 문화권에 사느냐 개인주의적인 문화권에 사느냐에 따라 전혀 달랐다. 전자는 공동 반응으로, 후자는 개별적으로 보복했다.
복수가 가장 달콤할 때는 바로 괴롭힌 상대가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이다. 그가 후회하고 복수 행위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복수란 상대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메시지다. 그 메시지가 상대에게 가 닿았는지의 여부다.
또 하나의 감정: 고소함
많은 사람들이 복수심을 음미하며 쾌감을 느낀다. 남의 불행을 보고 고소해하는 사람은 예상보다 더 많다. 게다가 타인의 불행을 수동적으로 즐기는 쪽은 적극적으로 복수를 행하는 것과 달리 사회적으로도 용인이 된다. 남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기는 마음은 사실 매우 복잡한 감정이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공개적으로 이런 감정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야구나 축구팬들은 라이벌 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지면 대놓고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패배한 상대 팀과 상관없이 과거의 패배를 씻는 보상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독일에서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복수하고 싶은 욕망이 훨씬 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자신도 비슷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오래 고민을 할 경우 남성의 복수심이 훨씬 줄어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성찰을 할수록 복수심이 가라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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