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 리뷰

감정을 읽는 시간- 분노

서린세이지 2024. 12. 21. 11:46
반응형

 

 

「감정을 읽는 시간」의 11장에서는 분노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나은지 분노를 일으키는 원인을 외면하고 다른 일이나 생각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고찰한다. 분노와 너무 비슷하여 구분하기 힘든 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CHAPTER 11. 분노: 나를 드러내는 가장 극한 방법

나도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분노는 감정의 사슬에서 제일 꼭대기 자리에 있다. 처음에는 무언지 모르지만 눈에 거슬리고 신경이 쓰인다. 그러다 서서히 불만이 쌓인다. 그것이 계속되면 짜증이 나고, 이어 더 높은 단계인 분노가, 그리고 마지막에는 격분이 나타난다. 그 상태를 억지로 누르려고 하면 언젠가는 폭발물처럼 한꺼번에 터져버린다. 극단적인 경우 미쳐 날뛰며 난동을 부리고 사건을 발생시킨다. 때로 분노는 심각한 병의 원인이 된다. 또, 격분하는 성향이 여러 세대를 이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로 미루어 보면 분노의 인성 특징도 유전되는 것 같다. 

 

하지만, 분노 증후군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다. 어린 시절의 나쁜 경험 탓인지 아니면 뇌의 전달물질 때문에 신경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이 두 가지 모두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분노 증후군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처음으로 등장하며, 사회적 지위가 낮은 젊은 남성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공포나 우울증을 동반한다. 

 

격분의 심리적 결과는 성별에 따라 매우 다르다. 남성의 경우 그런 식의 분노 폭발을 남자다움의 증거로 여기는 반면, 여성의 경우 자제력 부족으로 생각하여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하지만 남녀 모두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 잠시나마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의 경우 분노는 반항기의 정상적인 발달 과정 중 하나다. 반항기는 자연의 오묘한 장치다. 아이들이 자율을 추구하는 두 돌 무렵에 반항심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자율을 추구하는 바로 이 시기에 동생이 태어나 엄마의 관심을 앗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독립과 자율이 필요해질 때 반항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시기의 진화론적인 의미이다. 이 시기에 부모가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펴주면 자존감이 자라면서 자신의 분노를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방치된 아이들은 분노를 통해서만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여기고 그게 걸맞는 행동을 하게 되고, 앞으로의 인생은 고달플 것이라 예상한다. 

 

현대인들은 장기간의 사회적이고 인지적인 학습 덕분에 대부분 행동 대신 말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할 줄 안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주 살짝만 분노를 표출해도 자제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며 변덕이 심하다는 낙인이 찍힌다. 

 

카타르시스의 함정

가톨릭에서는 화를 7가지 죄악 중 하나로 본다. 학자들은 불과 30년 전에야 분노와 화의 감정 상태를 실험으로 연구하고, 피부저항이나 혈압, 호르몬 수치, 뇌의 변화 등을 보면서 실험 참가자들의 심적 상태를 물으며 연구해 왔다. 분노 대처법에 대한 연구도 오랜 시간 미지의 영역이었다. 어떤 쪽이 더 좋은 방법일까? 그대로 방출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다른 일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 나을까?

 

처음에는 공격성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밖으로 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것을 카타르시스 이론이라고 부른다. 카타르시스(Catharsis)란 그리스어(Katharsis)로 '정화'라는 뜻이다. 내적 갈등과 억제된 감정을 마음껏 발산하는 것이 자신의 감정에 더 잘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쉽게 말하면, 샌드백이나 쿠션을 분노의 유발원인이라고 상상하면서 마음껏 치는 것이다. 

 

이 이론은 심리치료뿐만 아니라 대중 심리학과 의학에 이르기까지 큰 호응을 얻었다. 할리우드 영화 <애널라이즈 댓>에서 정신과 주치의가 로버트 드니로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의사- "화가 나면 내가 뭘 하는지 아나? 쿠션을 패는 거야. 한 번 해보게."

환자는 당장 무기를 꺼내 소파의 쿠션을 행해 몇 차례 발사한다.

의사- "어떤가?"

환자- "아주 좋은데요!"

 

카타르시스 이론은 프로이트와 같은 강력한 지지자가 있었다. 프로이트는 쌓인 부정적인 감정이 히스테리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 증상을 완화시키는 길은 오직 압박의 밸브를 열어주는 것뿐이었다. 지금도 심리치료 분야에서 활용되는 사이코 드라마는 카타르시스 이론에 바탕을 둔 치료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처참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2007년 미국 오리건 주의 고등학생이었던 킵 킨켈은 분노를 자제하지 못해 심리 치료를 받았다. 왜 그런지 자기 행동의 원인을 스스로도 알지 못했고, 폭발물을 만들었다가 압박감이 심해지면 그것을 터트린다고 털어놓았다. 그를 담당했던 심리학자는 그에게 자전거를 빨리 타거나 탈진할 때까지 달리기를 하거나 헌 책이나 잡지를 집어던지는 등의 방법으로 분노를 분출시키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그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느 봄날 그는 부모를 쏘아 죽이고 고등학교의 카페테리아로 가서 반자동소총을 난사했다. 두 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고, 25명이 부상당했다. 그의 상담을 맡았던 심리학자에게 범행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그런 종류의 치료법이 오히려 소년을 더욱 난폭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컸다. 

 

화가 날때 압박감을 방출시키는 방법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화가 나서 샌드백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가장 높은 공격성을 보이며, 부정적인 감정은 '배출'을 통해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권투나 다른 공격적인 스포츠 종목이 건강에 유익할 수는 있어도 화나 공격성을 줄이는 데에는 효과적인 방법이 못 된다. 마구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공격적인 행동을 연습하는 결과가 되며, 이는 다시 그 공격성을 활용할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공격성이 생각과 감정을 지배하게 된다. 

 

분노를 얼마나 강하게 느끼느냐는 분노를 촉발한 사건을 얼마나 생각하고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분노의 원인을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을지 아니면 그 생각을 쫓아버리려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지다. 심리학자들의 실험 결과를 보면 외면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이다. 그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일에 관심을 돌리는 것이 좀 떨어진 시각에서 사건을 다시 보게 하고, 기분이 더 나아지고, 호흡이 더 안정되며 맥박도 느려졌다. 

 

또 하나의 감정: 화

화는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감정이다. 화에서 분노로 넘어가는 경계지점은 유동적이며, 앞서 밝힌 실험 참가자들이 느낀 것이 화였는지 분노였는지 단정하기 힘들다. 화는 분노보다 드러나는 형태가 훨씬 다양하며,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느긋한 사람에 비해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죽을 위험이 3배는 더 높다. 화를 참으면 그 화가 기억 속에 남아 있다가 나중에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이런 만성적인 재점화는 사회심리학적인 중독과도 같다. 

 

하지만 파트너 관계에서는 화를 표현하는 것이 득이 된다. 미국 보건학자들이 30년에 걸친 대규모 연구를 통해 밝힌 것처럼 부부 중 화를 벌컥 내는 쪽보다 화를 참는 쪽이 평균적으로 더 일찍 죽는다고 한다. 하지만, 화를 내더라도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화를 내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2가지 다른 버전의 영상을 보여주고 거기에 등장하는 사람에게 어떤 직위가 적합할지 물었다. 영상에는 어떤 남자가 면접을 보러 와서 면접관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면접관은 과거에 그에게 힘들었던 때가 있었는지를 물었고, 그 남자는 오해가 생겨 중요한 고객을 잃게 된 상황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면접관이 그에게 그 상황에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묻는다. 이 부분에서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참가자들의 절반은 그 남자가 매우 화가 났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게 되고, 나머지 절반은 매우 슬펐고 고객을 잃어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 후 참가자들에게 그 남자에게 어떤 직위가 어울리며 연봉은 어느 정도가 적절할지 물었다. 대부분이 화가 났다고 말한 남자에게 더 높은 직위를 주었고, 연봉도 더 높게 책정했다. 화를 표현한 것이 능력있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화를 낸 남자가 더 냉정하고 기분나쁘다고 대답하면서도 슬퍼한 남자보다 더 능력 있다고 느꼈다. 이처럼 기업이나 정치 분야에서는 화가 능력을 강조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

이 책에서는 화나 분노를 일으키는 원인을 외면하고 그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차단할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화를 일으키는 원인을 스스로 잘 파악할 수 없을 때, 또는 화나 분노를 자제하는 방법을 도저히 알 수 없다면 일단 그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일로 관심을 돌려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 삶에서 추구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몰두하거나 누군가는 인생에서 반복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헤맬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고 긍정적인 감정만 중요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삶은 균형이 중요하며, 부정적인 감정은 삶이라는 망망대해에서 길을 안내하는 중요한 신호등과도 같기 때문이다. 외로움처럼 지금과 같은 똑같은 태도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두려움처럼 내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피하거나 나를 보호하도록 이끌어주고, 질투나 시기심처럼 새로운 행동을 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 인간의 결정은 감정의 결정이다. 아니, 감정이 내린 결정이다. 

 

 

 

반응형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정을 읽는 시간- 신뢰  (3) 2024.11.30
감정을 읽는 시간- 슬픔  (3) 2024.10.26
감정을 읽는 시간- 복수심  (3) 2024.10.19
감정을 읽는 시간- 시기심  (9) 2024.10.12
감정을 읽는 시간- 사랑  (1) 2024.10.05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