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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감정을 읽는 시간- 두려움

서린세이지 2024. 8.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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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읽는 시간」의 2장에서는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면 인류는 이미 멸망했을 것이다. 잘 알려진 생존을 위한 작용 이외에 두려움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흔히 같은 의미로 쓰이는 두려움(공포)과 무서움이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고, 두려움(공포)의 새로운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다룬다. 

 

CHAPTER 2. 두려움: 살기 위해 가장 먼저 느껴야 할

상상만 해도 무서운 나는 겁쟁이일까

19세기말 학자들은 편도핵이 들어있는 측두엽을 원숭이의 뇌에서 제거하는 실험을 했다. 그랬더니 사납던 원숭이가 순식간에 순한 양으로 탈바꿈하였다. 다른 실험에서 편도핵을 제거한 고양이는 개를 보고 피하지 않았고, 쥐는 고양이를 보고도 달아나지 않았다. 이런 실험들은 공포가 없어서는 안 되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포가 없었다면 인류는 오래전에 멸망했을 것이다. 

 

공포는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된 감정이다. 원시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가장 흔한 감정이며, 다른 복잡한 감정들과 달리 실험을 통해 간단하게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의 공포를 인위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 

 

공포(두려움)와 무서움은 같은 뜻으로 사용되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 무서움은 구체적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며 즉각적인 도피, 회피, 방어 태도를 유발하는 기초 상태다. 실제 공포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공포는 훨씬 더 복잡한 감정으로 가상의 위험을 떠올리는 것으로도 발생한다. 공포가 심해지면 그 무엇으로도 그것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 상상의 산물임에도 그 순간을 폭풍전야의 고요처럼 느끼는 것이다. 

 

공포(두려움): 비행공포, 폐쇄공포, 고소공포 등
무서움: 야생동물이나 뱀을 마주쳤을 때, 사나운 개가 달려올 때, 총이 발사되었을 때 등

 

공포가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1980년대말 아스피린과 다른 혈전용해제의 작용을 다룬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세 집단의 대학생 그룹을 만들고, 그중 두 집단의 대학생들에게는 그 약품들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경고했다. 그리고, 세 번째 집단에게는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경고를 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3배나 더 많은 부작용을 호소했다. 신체적으로는 전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그들은 위통을 느낀다고 믿었다. 

 

맹수보다 두려운 건 직장동료

감정은 거대한 강물처럼 이해의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생각은 가는 실개천처럼 감정에게로 돌아온다. 감정이 인지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사회에서 맹수를 만날 개연성은 거의 사라졌지만,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자동차, 대량살상무기와 원자력발전소같은 새로운 위험을 창조했다. 그리고 이것들은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공포는 물론 모호한 공포까지도 불러온다. 현시대 인간의 공포는 현격하게 증가했다. 독일 심리학 교수인 위르겐 마르그라프는 우리가 '공포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수백 년 전에는 정상으로 여겨지던 공포대응전략이 더 이상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사냥꾼이나 채집꾼이 야생 동물을 마주친다면,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죽은 척하는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직장 동료와의 사이에 불화를 겪는 사람에게는 도망치거나 싸울 방법이 없다. 다음 날 다시 일하러 출근해야 하고, 동료들과 대면해야 한다.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 특정한 것을 보거나 특정한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기만 해도 그 사건이 실제 일어났던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은 한 번 경험했던 공포는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정은 대부분의 경우 인지를 지배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극장에 앉아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영화일 뿐 진짜 위험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무서워 벌벌 떠는 것이다. 

 

공포를 벗어날 수 없다면 공포에 올라타라

공포는 부담스럽고 꺼려지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지지만, 최근 들어 공포의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정상적인' 공포는 격려의 기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린 시절 친구 하나 없는 겁쟁이 꼬마였고, 어디를 가든 놀림받고 얻어맞았다. 학교 생물시간에 개구리 해부를 하게 된 날에는 도망쳤고 구토를 했다. 그의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그는 거의 대부분의 것에 겁을 먹었고, 나뭇가지가 창문을 두드리기만 해도 벌벌 기어 엄마를 찾았다고 한다. 이렇게 겁 많은 꼬마아이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감독이 되었다. 또한, 빌 게이츠는 지나치게 수줍음이 많고 의존적이어서 열두 살 되던 해 부모의 손에 이끌려 심리상담을 받았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지하실이었고, 여기에서 그는 백과사전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곤 했다.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 여자를 초대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수줍은 소년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다. 이들의 일화는 공포가 가장 강력한 인생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 있다. 어떤 때 공포가 사지를 꼼짝도 못하게 하거나 병을 일으키고, 또 어떤 때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일까? 하버드대학 교수이자 발달 심리학자인 제롬 케이건은 바로 이 주제를 연구해 왔다. 그는 결정적인 원인이 유년기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태어난 지 불과 몇 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낯선 것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케이건은 이 아기들을 '과민반응 아기들'이라 부른다. 과민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의 겁 많은 태도는 강한 인성적인 특징이다. 이런 공포 인성을 지닌 아이들의 편도핵은 극도로 빨리 흥분되지만 반대로 대뇌피질을 통한 통제는 매우 약하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심장이 빨리 뛰고 몸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의 양도 훨씬 많다. 매우 집중하고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동공이 더욱 커진다. 이런 타고난 과민성은 아무리 환경 조건이 안전하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도 더 뛰어날 수 있다. 케이건은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타고난 뇌의 차이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한다. 우리는 이 아이들이 편도핵, 즉 새로운 자극을 정서적으로 판단하는 두뇌 부위에 특수한 화학적 성질을 갖고 태어난다고 가정하며, 실제로 그렇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

 

뇌를 스캔해 보면 겁이 많은 사람들은 뇌부터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다르다. 새로운 영상에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다시 정상상태로 돌아가는데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공포 센터의 신호를 진정시키는 뇌 부위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뚜렷하지 않다. 당연히 그들의 삶은 고단하고 힘들지만, 공포는 완벽을 추구하는 인간이 최고의 성과를 올리도록 자극하는 엔진으로 작용하기에 공포를 느끼는 창의적인 인간은 더욱 감정이 풍부하고 열정적이며 유명해지기 쉽고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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