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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감정을 읽는 시간- 고독

서린세이지 2024. 8. 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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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읽는 시간」의 3장에서는 고독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감기 바이러스처럼 감정도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되며, 고독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한다. 또한, 고독과 고립감의 차이와 고독을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Chapter 3. 고독: 어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경고

그가 외로우면 나도 외롭다

인간은 독감이나 콜레라균 같은 병원균만 아니라 다양한 감정도 서로에게 전염시킨다. 대표적으로 웃음의 전염력은 잘 알려져 있다. 공포심도 역시 비슷한 전염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고독과 같은 지극히 사적인 감정도 전염될 수 있을까? 고독은 감기 바이러스처럼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고독한 사람은 혼자라는 느낌, 배척당했다는 느낌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그냥 안다. 

 

고독연구가인 시카고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존 카치오포(John Cacioppo)는 6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소셜 네트워크의 전문가이자 정치학자인 제임스 파울러, 의학사회학자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와 함께 전염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 프로젝트는 1948년에 시작되었고, 2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4500명의 남녀에게 일주일의 며칠을 고독하다고 느끼는지를 물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원래 설문 대상자들의 자녀와 손자녀들까지 포함하여 2세대와 3세대로 연구 범위를 확장했다. 그리고 카치오포는 2009년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발표했다. 그의 논문은 인간이 고독을 타인에게 전달하며,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를 최초로 입증했다. 

 

누군가 일주일 중 딱 하루만 친한 이웃보다 더 고독하다고 느낀다 해도 그는 이미 이웃에게 더 큰 고독감을 유발한다. 그의 이웃은 그의 변화된 마음 상태를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남성들보다 주변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더 자주 친구의 고독에 전염된다고 답했다. 이러한 전염력은 가족보다는 친구 관계에서 더 높았다. 고독감을 느끼는 한 사람은 그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더 고독하게 만든다. 

 

설문 참가자들의 소셜 네트워크를 그림으로 그리자 복잡한 도로망 모양이 되었다. 거기에 각자 참여자들이 느낀 고독의 특징을 기록하자 시간이 흐르면서 전형적인 패턴이 만들어졌다. 도로망의 변방에 있던 고독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 계속 머물렀다. 충격적인 것은 그들과 접촉을 유지하던 고독하지 않은 사람들의 변화였다. 시간이 지나자 이들도 서회적 연결 고리를 잃고 더 큰 고독감에 빠져서 차츰 네트워크의 변두리로 밀려났던 것이다. 고독한 사람의 고독에 감염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고독 바이러스에 어떻게 감염이 될까?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은 사회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타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그에 맞게 행동한다. 비판적인 말을 많이 하고, 거부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로 인해 가까운 주변 사람들마저 함께 부정과 거부감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고, 동시에 제삼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들을 멀리 한다. 고독의 감정을 뿜어내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고 두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만 빼고 다들 즐거워 보일 때

고대 철학자들은 고독을 강한 인성의 증거로 보았다. 고독은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능력을 의미했다. 개인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할 필수적인 과정으로 보았다. 현대사회에서는 먼저 사회학자들이 고독에 관심을 가졌고, 이후 자연과학자들까지 이 감정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사회학자 카롤리네 본(Caroline Born)은 자신의 논문 「사회학적 연구에 비추어본 고독」에서 이렇게 썼다. "접촉과 즐거움을 과시하며 드러내는 서구 소비사회에서는 분명 고독과 고립이 큰 터부의 주제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고독을 공포 및 수치심과 더불어 사회 구조를 관통하는 가장 우세한 감정 중 하나로 본다." 고독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회피하고 싶어 하지만, 사회적인 고립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고독과 고립은 동의어로 사용되곤 하지만, 똑같은 것이 아니다. 혼자 있다고 해서 모두가 고독한 것은 아니며 반대로 군중 속에 있어도 뼈가 시리도록 외로울 수 있다. 나만 빼고 다들 너무나 즐거워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특히 그렇다. 고독은 매우 주관적인 성격을 띠며 보이는 외부의 상황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웃고 있는 사람도 마음속에서는 남몰래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의 고독과 고립감은 우정과 공동체 활동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광고 메시지의 폭탄이 연이어 떨어지는 우리의 현실로 인해 더욱 심화된다. 행복한 공동체를 강조하는 이런 메시지들은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먼 곳에 있다.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람들을 결속시킨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소개팅 사이트와 각종 소셜 네트워크를 만든 최고의 토양도 바로 고독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러므로 고독의 감정은 사랑과 비슷하게 인간이 타인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고독에 대응하는 방법

고독을 맞서는 가장 흔한 현상은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요즘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장난감이나 자동차까지도 이런 애정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이 생기는 추세이다. 

 

이 책에서는 고독의 전염을 막을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E= Extend yourself 새로운 길을 간다

생활 반경을 확대하여 타인과 어울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처음 사람을 만날 때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혼자서 예측하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일상적인 환경에서 표현력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 A= Action plan 직접 행동한다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유익한 계획을 세운다. 

 

3. S= Selection 주위 사람을 선별한다 

고독은 접촉의 양보다 질과 관련이 있다. 어떤 사람과, 얼마나 많은 사람과 접촉을 하는 것이 좋은지 알아본다.

 

4. E= Expect the best 최고를 기대한다

항상 긍정적인 기대를 갖도록 한다. 고독한 사람들의 인성 구조로 볼 때 이런 확신을 갖기는 쉽지 않으므로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그런 자세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독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고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신이 외롭게 산다는 사실을 이미 아는 사람들에게 누군가 그들이 괜찮은가 살피러 들르는 행동은 오히려 실패감을 느끼게 할 뿐이다. 뉴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고독을 막아주거나 고립에서 해방시켜 줄 수 없다. 원래 인간관계가 원만한 사람들은 이 기술을 이용하여 관계를 더 강화할 수 있지만, 원래 고독한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독을 유발하는 행동 패턴이 이미 생활방식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고독의 상태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카치오포같은 학자들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포함하여 고독의 성향이 상당 부분 유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고독이 결코 운명은 아니지만, 50% 정도는 유전적 소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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