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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읽는 시간」의 저자 클라우스 페터 지몬은 유럽의 과학·학술 전문지인 <GEO WISSEN>의 책임 편집자이다. 그는 감정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던지며 감정이 내린 결정이 우리의 행동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감정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며, 감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면 보다 주체적으로 감정을 대할 수 있고 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감정을 읽는 시간
Chapter 1. 감정: 느낀다는 것에 관하여
감정이 태어나는 곳
왜 인간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진화생물학자들에 따르면, 그것이 인류에게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감정은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커다란 힘이자 이유이다. 호기심, 공포심, 번식을 위한 사랑, 시기심 등도 이에 포함된다. 감정은 우리를 스스로 보호하게 하고, 용감하게 만들기도 하며, 감탄하게도 한다.
인류가 느낀 최초의 감정은 공포와 쾌락이었으리라 추정된다. 이 두 감정은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공포는 위험으로부터 피하도록 도와주고, 쾌락은 대를 이어 종족 보존을 돕는다. 물론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어미 혼자 새끼를 보살피는 것보다 부모 양쪽이 양육에 참가할 경우 자식의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연구결과에서 드러났다. 인간의 진화에서도 부모가 함께 자식을 돌보는 것이 더 유리하다. 어미와 새끼를 묶어주던 호르몬 시스템은 점차 남성과 여성의 관계로 전이되었을 것이다. 사랑의 끈은 무엇보다 화학물질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호르몬 옥시토신은 수유를 할 때 분비되지만, 섹스를 할 때도 활성화된다. 결국에는 우리의 사랑 능력도 자연이 준 선물인 셈이다.
인류가 다양한 감정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찰스 다윈의 말을 빌리면,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쪽이 생존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의 감정을 잘 읽는 사람은 그 사람의 의도를 예상하고 그에 맞게 반응할 수 있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염려할 수 있는 능력은 집단을 결속시키고 협력심을 키운다.
아무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 부정적인 감정들 역시 생존에 중요했으리라고 추측된다. 인류는 이미 수백만 년 전부터 다양한 감정을 발전시켜 왔다.
너도 나처럼 느낀 줄 알았는데
인간의 감정은 개인에 따라, 성별에 따라 다르며, 문화적인 차이도 존재한다. 개인주의적인 서구 사회 사람들은 스스로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기는 아시아 사람보다 개인적으로 달성한 업적에 대해 자부심이 높다.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차이가 난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은 한국인 가정과 미국인 가정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를 하였는데,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특히 육아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국 부모들은 '잘했다'라는 칭찬을 하지 않았다. 반대로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너 때문에 부끄럽다' 같은 비난을 자주 했다. 반대로 미국 부모들은 조금만 잘해도 '정말 잘했다'라고 반응했다.
좋은 감정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는 현상은 모든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특성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지만, 감정의 표출은 개인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띨 수 있다.
감정에 포위당한 시대
TV의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 토크쇼, 연애 프로그램에는 감정을 건드리는 순간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메이저 스포츠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와의 인터뷰에서는 그의 소감을 묻는다. 기업 브랜드에도 감정이 중요하다. 특히 상품에 대한 욕망을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미치는 감성의 영향력은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이제는 정치가들 역시 성공하려면 감성적인 이미지를 갖춰야 한다. 옛날 정치인들은 자신이 감정 있는 사람으로 보이건 말건 그다지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로 선출되는 요즘 정치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적당한 장소에서 적절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실제 능력보다 훨씬 더 호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는 말에는 주관적인 감정을 반영한 것들이 많다. 체감 온도, 체감 나이, 체감 노동시간, 그리고 체감 속도 등이 그렇다. 요즘 사람들은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에 큰 호감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남의 감정을 불쾌하게 하는 사람은 멍청이 거나 때로는 사이코패스라고도 불린다. 감정에 대해 너무 치중하다 보니 감정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까지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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