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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촛불의 미학 2

서린세이지 2025. 3. 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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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은 고독에 대한 연구와 고독한 존재의 존재론에 대해 말한다. 촛불의 불꽃은 그 앞에 선 몽상가의 고독을 공허하지 않게 밝히며, 그의 고독은 이 작은 빛의 은혜에 의해 구체적인 것이 된다. 촛불의 불꽃은 많은 몽상가들에게 있어 고독한 이마주(이미지)를 나타낸다. 

 

Chapter 2. 촛불의 몽상가의 고독

 

촛불의 불꽃은 우리들의 먼 추억을 통하여 고독한 밤샘의 시간을 우리들에게 선사한다. 그러나 고독한 불꽃은 과연 그것만으로 몽상가의 고독을 깊게 하고 그의 시간을 위로할 수 있을까? 인간이란 고독 속에서 몽상하고 있어도 불이 켜져 있는 촛불 앞에서라면 그렇게 외롭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처음부터 친구를 필요로 한다.

 

촛불 앞에서 꿈꾸면서 몽상가는 과거를 탐닉하고 꾸며진 과거에 빠진다. 그는 있을 수 있는 것을 꿈꾼다. 그는 그 자신에 반항하여 그렇게 되었어야 할 것, 그가 했어야 할 것을 꿈꾼다. 몽상에 빠져 흔들거리며 이러한 자신에의 반역도 가라앉아 가는 것이다. 몽상가는 몽상의 우수, 실제의 추억과 몽상의 추억이 뒤섞이는 우수로 되돌아간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들이 타인의 몽상에 감응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뒤섞임 속에서이다. 촛불 앞 몽상가는 앞서 산 삶에 대해 위대한 몽상가들, 고독한 삶의 커다란 저장고와 교류하는 것이다. 

 

일을 하는 사람의 고독 속에 비추어져 있는 하나의 책상이라는 이 작은 우주에서는 모든 것이 시선뿐이다. 몽상에 빠진 철학자는 존재와 비존재와의 사이를 구별할 수 있는 저 미묘함 속에서 한 마리 고양이의 눈의 존재가 촛불의 비존재에 힘을 빌리도록 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계속 써 나가고 있는 자, 그 광경은 참으로 위대한 것이다! 이와 같은 광경은 그 자신의 지속성을 지니고 있다. 시인은 종국에 그의 목표에 도달함을 바라고 있다. 촛불이 꺼지는 순간, 고양이의 눈이 하나의 등화대인 것을 어떻게 보지 않을 수 있을까? 고양이, 이 밤샘하는 동물은 졸고 있으면서도 바라보고 있으며, 이 주의깊은 존재는 천재성으로 빛나고 있는 시인의 얼굴과 빛의 광도를 일치시켜 함께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이다.

 

불꽃의 몽상가는 쉽게 불꽃의 사상가가 된다. 그는 촛불이라는 침묵하고 있는 존재가 왜 갑자기 신음하기 시작하는가를 이해하고자 한다. 촛불이 치지직하는 소리는 불이 켜지거나 꺼지기 직전에 앞서 일어난다. 항상 타고 있으면서도 불꽃은 다시 타며 조잡한 물질에 대해 그의 지휘권을 유지해야만 한다. 우리들이 좀 더 예민한 귀로 듣는다면, 이와 같은 내적인 출렁거림의 모든 반향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불꽃의 살랑거리는 소리는 한마디로 요약되지 않는다. 불꽃은 하나로 유지되기 위하여 하지 않으면 안 될 모든 싸움을 말한다. 

 

촛불의 몽상가에게 있어 램프는 정신상태를 같이 하는 한 사람의 동료다. 램프가 흔들리게 되면 그것은 방 전체를 흔들어 놓는 어떤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된다. 그리고, 불꽃이 깜박거리는 순간에 몽상가의 마음에는 피가 아물거리게 된다. 불꽃이 괴로워하면 몽상가의 목에서 호흡이 갑작스레 빨라진다. 이와 같은 사물의 몽상가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이 세심한 몽상 속에서 인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촛불의 불꽃은 그 전조를 알린다. 

스웨덴의 작가 스트린드베리는 어떤 공포의 밤에 자신의 램프가 그을음을 내며 타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창을 열려고 한다. 바람이 이제 금방이라도 램프를 끌 것만 같다. 램프는 노래하기 시작하고, 신음하기 시작하며, 찔찔 울기 시작한다."

 

'불꽃이 찔찔 울기 시작한다'는 말은 어린 아이의 슬픔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온 우주가 불행하다. 그는 이 세상 모든 존재가 그에게 불행의 전조를 알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촛불이 내는 소리는 불행을 미리 알리는 소리이다. 그는 아마도 아주 작은 드라마에서도 쉽게 느끼는 심리를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난로 속의 숯이 타면서 작게 부서지며 잘 타지 않을 때 그는 경종을 느낀다. 하나의 혼란은 우주와 함께 평화 속에 있고자 하는 몽상가의 마음을 찢는다. 

 

작가는 빛에 이끌린 나방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사람들까지도 포함하여 아주 다양한 불꽃의 몽상들을 추구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 몽상에 대해 깊이 언급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지러운 공허가 그를 붙잡아 매고 위협한다. 그러나 그는 엠페도클레스 이론으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는다. 죽음의 고독은 그와 같은 고독한 몽상가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큰 명상의 주제이다. 

 

엠페도클레스 콤플렉스(Empedocles Complx)는 바슐라르가 그의 저서 「불의 정신분석」에서 언급한 네 개의 콤플렉스 개념 중 하나이다. 그가 사용한 콤플렉스라는 말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쓰는 정신병리학적 의미에서 벗어나 심미적 세계를 만들어내는 꿈의 세계를 의미한다. 엠페도클레스 콤플렉스는 삶의 본능과 죽음에의 본능 간의 대립을 나타내는 현상이다. 쉽게 말하면, 엠페도클레스 콤플렉스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위험에 이끌려 그 속으로 뛰어드는 심리적 현상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말년에 자신이 신이 되기 위해 에트나 화산에 뛰어들어 살고자 하는 본능을 파괴하고 다시 재생의 기회를 얻으려 했다는 전설을 남겼다. 지금까지 그의 죽음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세계는 몽상가에게 있어서 촛불의 불꽃에 비추어지고 있는 어려운 책이다. 고독의 친구인 촛불은 특히 고독한 일의 친구다. 촛불은 텅 빈 방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책과 촛불이라는 두 개의 빛의 섬!

생각한다는 것은 감히 할 수 없다. 생각하기 전에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려운 책이 이해되기도 전에 촛불은 꺼질 것이다. 이 위대한 시간의 한순간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촛불을 바라보기 위해 철학자는 책에서 촛불로 시선을 돌리며, 연구하는 대신에 차라리 몽상한다. 그리하여 그때 그 시간은 고독한 밤에 물결친다. 시간은 지식과 몽상의 자유 사이에서 물결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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