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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촛불의 미학 4

서린세이지 2025. 5. 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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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에서는 우리에게 철학보다는 더욱 친근한 문학적 상상력의 문제를 다룬다. 불꽃의 이미지는 조금이라도 빛나거나 빛나기를 바라는 모든 이미지와 결부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들은 시인들이 어떻게 충만한 시적인 삶 속에서 나무나 꽃의 이미지를 불꽃의 이미지와 결합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Chapter 4. 식물적 생명에서의 불꽃의 시적 오마주

 

「코베르의 분수」라는 시는 정원의 어떤 나무보다도 직립해 있는 존재인 고독한 분수에게 불꽃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시 속의 분수는 힘찬 물의 불꽃이며, 그 직립 작용의 극한까지 치솟아 올라가는 불과 같다. 

 

저녁놀이 질 때

돌 틈에서 

외로운 분수가 타고 있는

정원이 있다

 

이 '분수의 불꽃'이라는 즉시적인 초현실주의에서는 어느 것 하나 의도적으로 된 것이 없고, 작위적으로 된 것도 없다. 여기서 '타고 있다'라는 말은 작품 속에서 저녁놀의 우수를 무색하게 한다. 날씬한 나무의 불꽃과 분수의 완전한 수직인 불꽃과 결합하여 시적 문장을 쓴다는 기쁨을 독자의 재량에 맡긴다. 

 

만약 정원에 핀 튤립을 당신의 책상으로 가져온다면 당신은 하나의 램프를 갖는 것이다. 붉은 한 송이의 튤립을 목이 긴 꽃병에 꽂아보라. 그러면 그 외로운 꽃의 고독 속에서 당신은 촛불의 몽상을 하게 될 것이다. 장미를 보며 몽상가는 그의 난로 속에서 그대로 한 송이의 장미를 보고 있어야 한다. 

 

유리컵이 만들어지는 광경을 그려본다. 만들어지는 컵이 유리를 붓는 관 끝에서 마치 색깔이 변하기 시작한 수국과 같이 장밋빛으로 또는 파란색으로 흔들리고 있다. 그리하여 불은 꽃 피고, 꽃은 불로 빛난다. 불과 꽃, 이 두 계열은 끝없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색깔은 불의 현현(epiphanie)이며 꽃은 빛의 실재화(otophanie)인 것이다. 

 

불, 공기, 빛처럼 상승하는 모든 것은 마찬가지로 성스러운 것을 지닌다. 펼쳐져 있는 모든 꿈은 꽃의 존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꽃피는 존재의 생명의 불꽃은 순수한 빛의 세게를 향한 하나의 긴장이다. 그래서 이러한 모든 생성은 느릿느릿한 것의 행복한 생성이다. 하늘의 정원에 있는 등불은 인간의 정원에 있는 꽃들과 일치되어 있는 확실한 불꽃이자 완만한 불꽃이다. 하늘도, 꽃들도 명상하는 사람에게 느릿한 명상을, 기도하는 명상을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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