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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촛불의 미학 5

서린세이지 2025. 5. 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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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에서는 바슐라르가 가장 좋아했던 작가 중 한 사람인 앙리 보스코(Henri Bosco)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의 소설 속에서 램프는 한 사람의 작중 인물로 묘사된다. 램프는 보스코의 유년 시절을 함께 했고, 그의 방과 집을 지키는 일종의 정령(esprit)이며, 집의 중심이자 모든 거처의 중심이다. 램프가 지배했던 곳에 추억이 지배하고 있다. 

 

Chapter 5. 램프의 빛

옛날 사람들이 '나의 램프'라고 말했던 것과 같이 누가 지금 '나의 전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몽상가인 나에게 있어서 전등이라는 말은 웃음거리이다. 전등은 '나의'라고 부를 만큼 충분히 친밀한 것이라고 결코 말할 수 없다. 전등은 기름으로 빛을 내는 저 살아있는 램프의 몽상을 우리들에게 결코 주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관리를 받는 빛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등을 켜는데 있어 우리의 역할은 스위치를 켜는 것일 뿐이고, 우리는 기계적인 동작의 주체 이외의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작은 하나의 전기 스위치가 예 또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램프가 보다 인간적이었던 때에는 보다 많은 드라마가 있었다. 오늘밤의 심지는 어제의 심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심지를 태워 버리게 되는 것이다. 만약 잘못한다면 램프는 그을음을 내게 될 것이다. 낡은 램프에 불을 켜면서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두려워하거나 신경 쓰는 것이다. 낯익은 물건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정성스러운 우정을 기울임으로써 사람들은 항상 물건들에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매일밤 약속된 시간에 램프는 우리들을 위해서 그의 선행을 행한다. 사물과 몽상가 사이의 이와 같은 감정의 교류는 현대 심리학자들로부터 쉽게 비판받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것은 어린애들 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펜 밑에서 그 시적인 의미가 다시 고조되기 시작한다. 몽상가는 이 램프가 지금 그의 곁에 존재하고 있음을, 이 살아있는 물건이 빛을 만들어 내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창조하는 피조물이며, 어두운 질료에게 빛이 있는 생명을 주는 존재이다. 그러나 빛의 우주 창조에 관한 이와 같은 몽상은 더 이상 우리들 시대의 것이 아니다. 여기서 그것을 환기시키는 것도 이제는 잃어버린,  낡은 지식이 되어 버린 몽환 상태를 떠올릴 뿐이다. 

 

하나의 볼품없는 램프가 삶과 죽음의 드라마를 강조할 수 있다. 밤을 지새우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 죽었을 때, 벌겋게 타면서도 막 꺼질 것만 같은 램프는 가녀린 불꽃이 연약해지는 순간에도 분명 살아 있다. 엄숙함 속에서 램프로써의 생명의 파도를 넓혀 간다. 죽음이 그 찬 손을 죽어가는 사람의 눈 위에 놓았을 때 하나의 시선이 발하던 그 빛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바슐라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앙리 보스코(Henri Bosco)는 그의 소설 「히아신스(Hyacinthe)」에서 램프를 등장 인물의 몽환적인 친구이자 살아있는 존재로 묘사한다. 그의 소설의 첫 페이지에는 먼 곳의 램프, 타인의 램프, 예기치 않은 램프가 등장한다. 고독을 즐기기 위해 쓸쓸한 언덕을 찾은 주인공은 500미터 쯤 떨어진 곳에서 타고 있는 램프를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 타인의 램프가 자신의 램프 곁에서 얻을 휴식을 방해한다고 여긴다. 사람들은 홀로 되기 위해서 혼자 있기를 원하고, 고독의 램프를 혼자 가지고 싶어 한다. 고독한 주인공이 찾았던 언덕은 타인의 램프를 발견함으로 인해 곧 감시되고 있는 공간이 된다. 그래서 몽상가는 적의에 차 먼 곳의 램프가 언덕을 감시하고 있다고 여기고 감시자를 감시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램프의 몽상가는 상대편의 램프를 엿보기 위해 자기의 램프를 감추는 것이다. 고독을 즐기기 위해 찾은 공간에서 자신의 뜻이 실패하고, 얼마 안 있어 램프는 선의의 구원자가 된다. 몽상가는 상대편의 고독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언덕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겨울바람이 모든 생명을 숨죽이게 할 때 고독은 고립되고 몽상가는 비탄을 느낀다. 그가 구원을 발견하는 것은 저 먼 곳의 램프를 꿈꿈으로써이다. 먼 곳의 램프를 앞에 둔 몽상가의 신뢰는 헤아릴 수 없다. 신뢰와 신비의 파동은 가라앉지 않으며, 휴식을 얻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신비를 넘어서 정말로 램프 밑에서 밤샘하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모든 사고(思考)가 이러한 욕구를 향하고 있다. 

 

 

"램프의 뒤에 그 혼이 있었다. 내가 되고자 했던 바로 그 혼이."

 

 

앙리 보스코 Henri Bosco

1888년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 태어나 문학을 전공했다.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지중해 여러 나라들에서 통역병으로 근무했다. 1924년 첫 소설 「피에르 랑페두즈」를 발표했고, 그 후 24년간 모로코에서 머물며 1937년 「반바지 당나귀」를 썼다. 이 작품이 이아생트 3부작 시리즈의 첫번째이다.1940년 「이아생트」에 이어 1946년 「이아생트의 정원」을 출간하여 3부작을 마무리한다. 1955년 프랑스로 돌아온 그는 니스와 루르마랭을 오가며 눈을 감는 날까지 작품활동에 전념했다. 1976년 니스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고 루르마랭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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