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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궁극원자 아누」의 9장을 읽고 정리해 본다.
9장 원자의 영혼
육체 밖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식하는 의식은 표면 의식일 뿐이고, 가끔 꿈이나 예지를 통하여 심층의식을 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언급해 온 신비학의 맥락에서 이해하면, 하위 차원의 의식과 생명의 본질은 영이고 그 본체는 우주의식, 즉 로고스이다. 우주의식은 다시 파라브라만, 즉 물질과 별개일 수 없는 하나의 위대한 초월의식의식에서 분화된 것이다. 물질은 로고스의 신성한 의식이 외부로 현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연극의 각본이 로고스의 의식이라면, 영은 배우들의 연기이고 물질은 배우, 무대와 무대장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신의 생명은 형상 속으로 들어가 진화한다. 바로 이것이 형상이 존재하고 물질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형상과 물질을 통해서 영 또는 우주의식은 그 자신을 표현하고 진화해 간다. 물질이 의식이나 생명, 영혼 따위를 만들어내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진화하는 영 또는 의식은 한층 진보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낡은 형상을 벗고 새로운 형상으로 항상 거듭나야 할 운명에 있는데, 이는 마치 여행 중인 사람이 일정한 목적지에 도달하면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각각의 형상은 처음에는 생명의 표출과 계발의 수단이 되지만, 나중에는 속박의 틀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용한 탈것이었던 형상은 생명을 속박하는 틀이 되며, 생명은 이 형상에 의해 질식해 소멸될 뿐만 아니라, 형상은 분해되어 더 높은 형태의 형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생명을 놓아주어야 한다. 형상은 분해되지만, 생명은 소멸되지 않는다. 이러한 형상들의 분해는 진화를 의미한다. 물질과 형상의 배후에서 진화의 추진력을 제공하는 이 "나"는 누구인가?
의식의 단위 모나드
물질이 동일한 원질료로부터 분화되었지만 원자라는 물질의 기본 단위를 갖는 것처럼, 의식 역시 기본단위를 갖는다고 볼 수 있을까? 왜냐하면 이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진화된 유기체들이 있으며, 각 생명체 또는 유기체마다 다른 유기체와는 구별되는 개개의 의식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즉, 의식 역시 근본은 하나이지만, 어느 한 지점에 초점을 맺거나 바다에서 떨어져 나온 물방울처럼 개체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개체화를 이룬 의식 혹은 의식의 단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앞에서 거론한 진화의 주체, 또는 물질과 형상의 배후에서 진화의 추진력을 제공하는 "나"에 해당하는 요소일 수 있다. 바로 이 의식의 단위를 신비학에서는 모나드라 부른다.
신플라톤주의에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의 철학자 브루노는 이렇게 말했다.
"신은 하나이므로 그 신에서 변화한 바의 만물은 일(一)이라는 존재의 양면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만물의 생명은 신이 주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만물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여 극미의 것이 되고 여기에서 물심(物心) 양면성을 띄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단자(單子), 즉 모나드다. 단자는 그 상태에서 신을 나타내는 것인즉, 단자란 것은 바로 우주 자체의 영사경이다." (우주변화의 원리, p. 176)
모나드의 우주여행
모나드는 하위계에서는 무의식적이고 지각이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하위계들을 경험하기 위해서 그 자신의 광채를 가리는 질료의 옷을 입고서 하위계로 하강했다. 먼저 모나드는 아트마, 붓디, 멘탈계(마나스계)의 궁극원자들과 차례로 결합하는데, 이렇게 모나드와 결합된 궁극원자를 영원한 원자 또는 생명 원자라고 한다. 영원한 원자는 물질계로 직접 내려올 수 없는 모나드가 하위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용하는 좋은 매체 겸 도구이다. 모나드는 이 아트마-붓디-마나스의 영원한 원자를 통해 상위의 삼개조를 형성한다. 이 상위의 3개 조를 영적인 3개 조, 천상의 인간, 지바트마(Jivatma), 상위 자아, 순례자, 모나드의 광선이라고도 부르는데, 순수한 영인 모나드 및 육체를 포함하는 하위 자아와 함께 삼중으로 구성되는 인간 구조의 중간 부분에 해당되는 것이다.
나중에 상위 멘탈계에서 원인체라는 것이 형성되었을 때, 이 상위의 삼개조는 에고(Ego)라고도 불리며 원인체를 그 체로 사용하게 된다. 흔히 이야기하는 인간의 영혼(Soul)은 바로 이 에고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면 된다. 영혼은 순수의식의 불꽃인 모나드조차 물질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듯이, 더 높은 영(Spirit)의 하위 매체가 되는 인간 본성의 중간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인간의 하위 자아는 하위 마나스(하부 멘탈)계와 아스트랄계, 그리고 물질계의 체들로 구성된다. 즉 유체이탈 등의 경험을 통해서 그 존재를 인지할 수 있는 에텔체와 아스트랄체, 멘탈체들이 모두 하위 자아에 속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육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다양한 체들로 구성된 복합적인 존재이며, 각각의 체들을 통해서 그 체가 속한 계의 진동과 경험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원인체라는 것은 에고와 함께 인간을 동물이나 식물 같은 다른 생명체들로부터 구별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만이 원인체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개체성의 확립을 뜻한다. 개체성이 확립됨으로써 비로소 "나"라는 자의식이 생겨났으며, 이때부터 개별 생명체로써의 영속성이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죽어도 원인체라는 것이 남아있어 또 다른 몸을 받아 태어나더라도 (즉, 하위의 체들이 새로 구성이 되더라도) 그 몸은 동일한 원인체의 지배를 받게 된다. 즉,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는 비록 몸은 다르지만 동일한 영혼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원인체는 바로 이러한 반복적인 삶, 즉 윤회의 주체가 된다.
인간은 초인(招人)이라고 표시한 진화의 다음 단계를 향해 중단 없이 나아가는데, 그것은 자신이 나왔던 근원인 신성을 향하여 되돌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진화의 과정은 어느 한 방향만을 쫓아서 흘러가는 일방적이거나 아무런 목적도 없이 우연히 이루어지는 맹목적인 과정이 아니라, 근원으로부터 물질을 향하여 내려오는 하강의 과정과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상승의 과정이 어우러진 것이다. 이를 하강 진화와 상승 진화, 또는 내적 진화와 외적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우주라는 활동영역은 모나드들, 즉 의식의 단위들이 질료를 통해서 진화하도록 마련된 것이다. 모나드는 영원한 원자와 에고라는 옷을 입고, 또는 하위의 여러 체들과 집단영혼 혹은 원인체라는 우주선을 갈아타며 마치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순례자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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