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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궁극원자 아누」의 6장을 정리한다.
6. 에테르의 바다
원초적 질료
물질(Matter)과 질료(Substance)는 어떻게 다른가? 둘을 확연하게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는 물질을 질량이나 관성과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질료는 보다 근원적이며 물질을 구성하는 재료라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물질은 질료에 비해 부차적인 것, 또는 질료의 운동이나 결합 같은 작용의 결과로 나타난 일종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경우에 따라 물질과 질료를 서로 바꾸어 쓰기도 했다.
보통 우주가 한 점에서 팽창해 나왔다는 빅뱅 이론의 영향으로 우주가 창조되면서 비로소 공간이 생겨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신비학에서는 공간이야말로 우주의 현현과 관계없이 존재하는 우주 이전의 상태라고 본다. 따라서 공간 자체를 우주의 현현 이전과 현현 이후로 구분하여 볼 수도 있다. 신비학에서는 원초적 질료를 산스크리트어로 물라프라크리티(Mulaprakriti)라 한다. 유일하고 무한한 영, 또는 물라프라크리티가 모든 분화된 질료의 근원인 것처럼 모든 분화된 의식의 근원인 형용할 수 없는 존재, 그것을 파라브라만(Parabrahman)이라고 한다. 물라프라크리티라는 개념은 언제나 파라브라만과 함께 나타난다. 물라프라크리티는 파라브라만을 덮고 있는 베일이며, 동시에 파라브라만의 다른 측면이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물라프라크리티와 파라브라만의 통일된 하나 됨을 스바바바트(Svabhavat)라고도 한다. 파라브라만이 통일된 하나의 의식 측면이라면, 물라프라크리티는 물질 또는 공간 측면이라 할 수 있다.
파라브라만이라는 말은 '브라만 너머'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브라만은 절대자이자 우주 최고의 신성한 영적 존재를 말한다. 그러므로 브라만을 넘어서는 파라브라만을 어떤 존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파라브라만은 신이 아니다. 더욱이 여러 종교들에서 나타나는 인격신의 개념을 파라브라만에 적용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파라브라만은 무한의 개념이다. 무한은 절대의 개념조차 초월한다. 절대자라는 것은 한 계층구조의 수장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 한정을 짓게 되고, 수식어를 동원하여 형용하게 된다. 하지만, 경계가 없는 파라브라만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시간도 없는 무한 그 자체이다. 물라프라크리티와 파라브라만은 카발라의 아인 소프(Eyn Soph), 또는 동양철학에 등장하는 무극(無極)의 두 측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불의 바람
물질을 파도라고 한다면,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은 무엇인가? 물결을 일으켜 모든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신비학에서 이 원동력은 큰 숨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이름 중 가장 대표적인 이름이 로고스(Logos)이다. 그러므로 파라브라만은 물라프라크리티와 로고스의 양면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물라프라크리티는 파라브라만의 여성적 측면이며, 로고스는 파라브라만의 남성적 측면이다. 에테르 또는 원초적 질료가 물이라면, 로고스의 숨결은 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우주의 본질을 물과 불이라고 했을 때 이것을 의미한 것이다. 서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영적인 로고스의 개념인 파이만더(Pymander)는 빛과 불, 화염을 발산하는 불의 용으로 헤르메스에게 나타난다. 불은 영(Spirit)의 상징으로, 질료인 물이 수동적이고 여성적인데 비해 불은 적극적이고 남성적인 기질을 반영한다.
원래 로고스는 이성 또는 말을 나타내는 그리스어로,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말씀 또는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어떤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우리는 말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데, 이때 말은 생각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마찬가지로 최초에 신성한 생각(또는 이성)이 있었고, 이 신성한 생각을 나타내기 위해서 말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했다. 이성의 작용으로 말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로고스는 무의식적인 절대의식의 신성한 생각이자, 그 매개체로서의 말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외에도, 로고스라는 용어는 우주의 여러 단계의 의식 존재들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주의 모든 계층구조는 각각의 로고스를 가지고 있는데, 이때 모든 로고스는 삼위일체로 작용한다. 로고스가 의인화된 또 다른 표현으로는 이슈바라(Iswara)가 있다. 이슈바라는 주(Lord)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또한 조로아스터교의 아후라 마즈다이며, 대승불교의 관세음과 동의어인 아발로키테스바라이다.
영과 물질은 서로 독립된 실재가 아니다. 그것은 유일한 절대자의 두 측면일 뿐이며, 겉보기에는 분리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마치 태극의 음양처럼 통일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에 둘 중 어느 하나를 떠나서 다른 한 존재를 생각할 수 없다.
우주전기
로고스와 연관된 개념으로 포하트가 있다. 포하트는 산스크리트어 다이비프라크리티에 해당하는 매우 신비로운 용어이다. 포하트는 로고스의 신성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도구이자 심부름꾼이다. 예를 들어, 빛을 발생시키는 것은 전구이지만, 실제로 방을 밝히고 벽을 비추는 것은 전구에서 나온 광선이다. 이처럼 포하트는 질료 속으로 들어가 로고스의 생각을 객관적 우주로 현현시키고, 구체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추진력이자 결합력이라고 볼 수 있다. 포하트는 전기적 본성을 가진 생명에너지로서, 우주적 전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 우리는 전기라는 용어에 의식의 속성을 부여해야 한다.
빅뱅은 일어나지 않았다
빅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빅뱅이론이 예견하는 우주의 젊은 나이다. 빅뱅이론에서는 우주의 나이가 c/H₀, 즉 광속도를 허블상수로 나눈 것과 같은 나이를 가질 것을 요구한다. 허블상수는 빅뱅이론 초기에 백만 광년당 150km/s로 믿었기 때문에 우주의 나이는 20억 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구 지각의 나이가 45억 년으로 추정되므로, 이 값은 터무니없이 짧다. 그러나 1988년 툴리가 허블상수의 값이 백만광년당 30km/s라는 증거를 제시하고, 나중에 허블 우주망원경이 측정한 허블상수의 값도 백만광년당 25±5km/s로 툴리의 계산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자, 우주의 나이는 다시 100억 년 정도로 바뀌었다. 그러나 우주의 이런 젊은 나이는 일부 별들이 형성되고 진화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한다. 예를 들어 구성성단에 존재하는 별들은 가장 오래된 별들 중 일부인데, 스펙트럼은 이 별들의 나이가 150억 년 이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이 별들이 빅뱅이 일어나기 50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설령 은하 형성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고 해도, 빅뱅이론은 은하의 형성을 만족스럽게 설명하지 못한다. 만약 우주의 평균 밀도가 너무 낮다면, 초기 불덩어리의 농도가 아무리 균일해도 원시 은하의 가스 구름을 만들 만큼 충분한 인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한 물질의 응집이 이루어지려면, 입방미터당 세 개의 수소원자에 해당하는 임계 밀도나 그 이상의 밀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의 양에서 추산한 우주의 밀도는 임계값의 2%도 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 추산은 비교적 은하가 밀집해 있는 우리 은하를 중심으로 한 영역에서 이루어진 관찰을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물질이 없는 우주의 거대한 동공을 고려에 넣는다면, 실제 전우주의 밀도는 이보다도 훨씬 더 낮아질 것이다.
빅뱅이론가들에게 이보다 더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은하들의 집단으로 이루어진 우주의 거대한 구조물의 존재이다. 1950년대에 초은하단이 발견된 데 이어서,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초은하단의 군집이 발견되었다. 은하들의 그룹은 백만광년당 30km/s의 허블상수에 근거하여 계산할 때, 약 4억 7천만 광년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규모 구조물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약 천억 년의 세월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설사 암흑물질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빅뱅이론으로 이 거대한 구조물들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마이크로파 배경복사가 나타내는 균일함인데, 이렇게 마이크로파 배경복사가 매끈하다는 것은 빅뱅 이후 우주가 극히 부드럽게 확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크로파뿐만 아니라 라디오파, X선, 감마선, 그리고 우주선 또한 균일한 배경복사를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그 어느 것도 빅뱅이론에 의해서 설명되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빅뱅을 일으킨 에너지원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할 수 없다는 점, 빅뱅 초기 인플레이션 우주의 초광속효과, 관측자료와의 불일치 등이 빅뱅이론이 가진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계속적인 창조
빅뱅이론의 대안으로써 검토해 볼 만한 이론은 플라즈마 우주론이다. 스웨덴의 천제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하네스 알펑에 의해 시작된 플라즈마 우주론은 특히 은하의 형성과정에 대해 흥미로운 주장을 담고 있다. 플라즈마 우주론은 이 우주가 공간과 시간상 무한하며, 계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알펑은 적색편이에 대해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는 표시라고 해석하며, 이것은 빅뱅 때문이 아니라 수십억 년 전에 일어난 물질과 반물질의 폭발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적색편이의 해석에 대해 더 많은 검토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빅뱅이론의 재고와 함께 에테르를 과학에 다시 도입하는 것이 아마도 21세기 물리학의 운명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보았듯이 물질은 공간 그 자체이자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일종의 매질인 에테르의 바다로부터 생겨났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렇다면 현재의 우주와 물리 이론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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