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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치심에게 Say Hello to Your Shame 일자 샌드 지음 2021

 

<나의 수치심에게(Say Hello to Your Shame)>는 덴마크의 교수, 심리치료사이자 연설가로 활동 중인 일자 샌드(Ilse Sand)가 수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알게 된 수치심이라는 감정의 원인과 그것을 알아차리고 극복하는 방법들에 대한 책이다. 수치심은 아주 개인적인 감정이기에 자기 마음속에 담아두고 숨기기 쉽다. 수치심은 우리를 불안하게 하지만, 사회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내 안의 수치심을 인지하고 마주 볼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그렇게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1장 수치심, 나만 아는 내 마음 속 가장 깊은 상처

수치심(Shame)은 스스로 부끄럽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또는 자신이 아무 가치가 없고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 생기는 감정이다. 수치심은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를 보이지 않게 한다는 뜻에서 숨긴다(to hide)라는 표현과 관련이 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수치심인지 판단하는데 좋은 단서가 된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 싶은 위기에 처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그것이 수치심일 것이다. 사람이 느끼는 수치심의 강도는 다양하다. 

* shame의 어원은 게르만 조어의 skamo(숨기다)라는 뜻의 skem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치심이 야기하는 감정, 불안

우리에게는 문명이 발달하기 전 원시시대 인류의 무의식적인 사고방식이 남아 있어 한 번 수치심이 들면 나의 약점이 드러나 내가 속한 집단에서 비난받거나 버려지는 건 아닐까 불안해지고 두려워지게 된다. 원시시대에 부족으로부터의 추방은 죽음과도 같은 일이었다. 야생동물에게 인간은 손쉬운 먹잇감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어린아이들 역시 어른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어린이들은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시 인류의 생존조건과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나의 수치심 인지하기

수치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치심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가 수치스러워서 절대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수치심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는 털어버릴 수 없다. 수치심을 알아차리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다. 둘째는 더 심층적인 차원에서 수치심을 증폭시켜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에 집중하는 것이다. 

 

수치심을 촉발하는 상황들

일반적으로 수치심을 유발하는 상황들은 한없이 다양하다. 다음에 제시되는 경우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겉모습

몸이나 옷과 같은 신체와 관련된 문제일 수 있고, 더러운 집이나 차 때문일 수도 있다. 

 

감정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모두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필요·욕구

감추고 싶은 문제나 그릇된 욕구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상당한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 

 

처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싱글이거나 아이가 없거나 실직하는 등의 경우 스스로 주눅이 들고 남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기분이 들거나 자기 스스로 열등하다는 생각이 들면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이상적인 자기 이미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애썼지만, 스스로 완벽한 부모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부당한 대우

타인이 나에게 저지른 행동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건 상대방인데도 말이다. 근친상간을 당한 피해자들은 수치심을 느낀다. 또한, 어린 시절에 겪은 푸대접이나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한 일들로 인한 영향은 세월이 지나 성인이 된 이후에 어느 날 불쑥 나타날 수 있다. 굴욕을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열등감이 심해져서 자꾸만 숨고 싶어 진다. 

 

약점·의존

부족함과 무력감도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중에 누구에게도 이혼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아무 일 없는 척 웃으면서 노력하는 경우, 누군가에게 무시당하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 자체보다 그 상황에서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했다는 게 매우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막연한 기분

어떤 특별한 이유 없이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길 수도 있다. 자신에게 어떤 문제나 결점이 있는데 그걸 아직 모르는 기분이 들 수 있다. 

 

타인의 수치심에 대한 동일시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부끄러울 때 남들이 내가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부모님이 가난하다거나 뚱뚱할 때 그런 기분이 들는 경우가 있다. 또는 가족이나 아이가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타야 하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휠체어를 탄 가족과 내가 함께 있는 것을 볼까 봐 두려워할 수 있고, 그런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잘못된 일의 목격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대해서도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길을 걷다가 노상방뇨하는 취객을 보게 되면 민망하고, 입가에 음식이 묻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불편해질 수 있다. 민망함과 부끄러움은 수치심의 친척이다. 

 

수치심과 죄책감의 차이

죄책감은 자신의 행동과 관련이 있다. 반면에 수치심은 자신의 존재 자체와 관련된다. 보통 자신이 저지른 어떤 일 또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이 들 수 있지만, 수치심은 다르다. 지금 수치심이 드는데도 수치심이 들게 한 대상이 누구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 그저 자기한테 뭔가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들고, 남들 앞에 자기를 드러내는 상황이 막연하게 두려울 수 있다. 죄책감이 든다면 그 일에 대해 사과를 하거나 보상을 함으로써 책임을 질 수 있다. 하지만 수치심은 껌처럼 달라붙어서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죄책감 수치심
자신이 한 일에 관한 것이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한 것이다
자신감에 영향을 미친다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행동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무력감을 느끼고 소극적이다
사과를 하면 도움이 된다 사과를 해도 소용이 없다
보상하거나 만회할 수 있다 보상하거나 만회할 수 없다 

 

수치심은 내면의 경고 신호

자신의 내면에 센서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내가 속한 집단에서 허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설 것 같다는 두려움이 생기면, 이 센서는 경고신호를 울리고 수치심 반응이 일어난다. 눈길을 피하고 얼굴이 빨개지거나 창백해지고 심장이 유독 쿵쿵 크게 뛰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런 센서는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추방될만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감시하게 만든다.

과연 이것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거짓 경보도 있다. 내면의 센서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해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냈다가는 외면당할지도 모른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옛날 인간이 걷기 시작하고 도구사용법을 익히던 시대와는 전혀 다르다. 인류가 초원에서 살던 머나먼 옛날에는 생존 그 자체가 가장 중요했지만, 이제 우리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또한, 내면에 자신에 대한 지지나 신뢰가 없는 경우에 스스로에 대해 괜찮은 건지 아닌지 확신이 없으면 그때도 내면의 센서가 작동해 거짓 경보를 울리게 된다. 자신이 불안한 상태임을 감지하면 뭔가 잘못될 것 같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수치심은 사회적 감정

수치심은 사화적 감정이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사화적 상황들을 헤쳐 나가는데 도움이 되지만, 사회적 센서가 과도하게 예민할 경우에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극심한 수치심을 느끼고 부끄러워할 수 있다. 사람마다 수치심을 느끼는 대상이 다 다르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다른 상황보다 더 쉽게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스스로가 나약하게 느껴지고 자신에게 통제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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